교토에 가야 하는 이유 소소담담


교토에 가기로 한 날
트위터에 몇 달만에 접속했다가
운명처럼 이 트윗을 만났다.
하루키봇이 실어다 준 반가운 이야기.




교토에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히힛

4월11일부터 14일, 갑니다.
비행기 예약하고 숙소까지 예약했으니
(그 주에 무지 바쁘겠지만)철야를 하더라도 가야 하는 상황!
일단 저질러놓으면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허허...

몇 차례나 가려고 했으나 번번히 다음을 기약했던 여행인만큼 기대가 몹시 큽니다.
(가까워서일까요 계획도 쉽고 포기도 쉽더군요)

별 계획없이, 무거운 카메라나 책도 없이
자전거 타며 벚꽃 구경 실컷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디.

벚꽃 만개일이라고 예상했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빨라서 7일이 만개라고 하네요. (ㅠㅠ)
벚꽃비라도 볼 수 있길.

아이스 라떼의 계절이 왔으니까. 폴 바셋 소소담담

벼르고 벼르던 일요일
김치찌개 얼큰하게 끓여 먹고
설거지 하고 있자니
날씨가 왜 이렇게 좋나...

아우. 이런 날엔
고소한 라떼를 오물오물거리며 해바라기나 하는 게 최고.

어딜 가나 고심하다가
사무실 근처에 폴 바셋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고,
'그 카페에는 테라스가 있었지'라는 사실도 상기하고,
커피 잘 아는 분께 "라떼가 맛있다!"라는 정보도 입수해서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광화문으로 향했다.

평일 출근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721번 버스.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딘가 들떠 있는 사람들. 가벼워진 옷차림.
봄이라는 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
조금만 기다리면 봄이 올 것이야.

721번 버스는 종로를 지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웬걸,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얇은 치맛자락이 바람에 훨훨 ㅠㅠ
테라스는 커녕 문가도 안 되겠다.
그래도 아이스 라떼는 포기할 수 없지.
주문의 절반 이상은 아이스 라떼인 것 같았다.



무너져 내리는 에스프레소.
한 모금 재빨리
쭈우우우우욱-

음...?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바리스타 xx군에게 연락했다
"고소하고 진득하기로 유명한 폴 바셋 라떼...
내 입엔 그냥 그런데, 나만 그런건가?"

xx군 왈
"프렌차이즈 중에서 맛있는 거지 뭐.
발품 팔지 말고 동네 카페에서 투샷 리스토레또 넣어 마셔."

그렇다, 사실 홍대 테일러커피의
아이스 라떼가 훨씬 맛있다.


드립커피도 한 잔 마셨는데
시장통같은 매장 소음에
향도 맛도 다 휘발돼버렸다.

역시 이름빨이란 놀랍고
이름값이란 어렵다.




커피보단 이게 당겼지만
이번 달은 운동 중이니까 좀 참기로...


어쨌든 격하게 반긴다.
아이스 라떼가 맛있어지는 이 계절을!



대게 그 씁쓸함에 대하여



영덕에 다녀왔다.
잠시 들렀다는 게 맞겠다.
오로지 대게 시식을 목적으로 간 것이었으니까.

영덕은 좀 징글징글했다.
온 사방이 대게 상가다.
영덕에만 5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먹으러들 오는구나 싶었다.

나는 한 5년 만이었다.
예전에도 '참 비싼 음식이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정말 깜짝 놀랐다.
 
1마리 기준 홍게 6만원, 박달대게는 무려 18만원!

그만한 돈을 들여서 먹을 만큼 게를 좋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지라 
고소한 대게 살이 나에게는 좀 씁쓸했다.

300여 상가를 먹여 살릴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아니어서
텅 빈 상가를 바라보는 것 또한 씁쓸했다.

해류의 변화로 게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가가 3만원 정도 오른 것이다.



다리를 잘리고 있는 녀석이 박달대게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박달나무는 주의깊게 본 적이 없다.

'대게'라는 말도
큰 대가 아니라 대나무 대자다.

확실히 박달대게는 홍게와는 차이가 나겠거늘.
그치만, 홍게도 최상품이어서 속이 실하다.

속이 꽉 찬 박달대게는 마치 섬유조직처럼 촘촘히 엮여져 있다.
아껴먹느라고 깨작깨작 먹으면 실오라기 하나하나씩 쭉쭉 찢어진다.
크래미 같다고 했더니 대게 사주신 님께서 버럭.
"아..아닙니다 쫄깃쫄깃한 식감을 어찌 크래미에 비유하겠습니까...
근데 저는 홍게도 맛있어요. 부드러워서요"



두 마리를 먹기 좋게 잘라서 주신다.
잘라놓은 게 다리를 보니 아빠 생각 많이 났다.

어릴 때 시장에서 홍게를 한가득 사오면
항상 먹기 좋게 잘라 주셨다.
그땐 다리살 빼먹는 재미에 내장은 싫다고 손도 안 댔었다.
지금도 아빠는 내가 다리만 좋아한다 생각하시지만 그건 옛날 얘기죠!



지금은 이 놈이 밥도둑이다.
게살은 에피타이저에 불과한 양이었기에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건 역시 게딱지밥!
나는 이것만 먹어도 좋은디...

참기름이 과해서 내장 본연의 맛이 순화된 건 좀 아쉽다.




블루로드에도 잠시 들렀다.
시간이 없어 5분 정도 발을 디뎠다.
감흥없이 곧장 차에 탔다.
길(Road)은 역시 걸으라고 있는거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소소담담



가혹했다 오늘.
봄의 기운으로 대기를 한껏 부풀려놓은지 하루만에
찬바람이 다시 코트 끝자락부터 훅 찬물을 끼얹었다. 

아직은 봄이 아닌 걸 알면서도 봄이 온 것만 같은 착각 속에 잠시나마 행복했었는데.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집 안엔 온종일 버스커버스커ing.



벚꽃구경. 올해도 갈 수 있을까?
막상 가면 꽃잎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치여서 '놀지도' 못하는데
왜 봄 벚꽃, 가을 단풍 보러 가는 일에 집착하게 되는 걸까.

나만 기억할 수 있는 꽃 한 송이 마음 속에 있다면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에는 무던해질 수 있을텐데.


봄.봄.봄.내 마음의 봄.




봄이 되면, 마지막 연애를 생각한다.
2월이었다. 겨울의 끝에 우린 헤어졌다.
사계절을 오롯이 보내며 굳건히 버텨 왔지만,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곧장 3월이었고, 이내 봄이 왔다.
꽃이 피고, 새학기가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런 계절이지만, 나한테는 특히 더 그랬다.
내면의 변화와 함께 내 삶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진로를 결정하고, 일을 시작하고, 지금의 내가 됐다.

그러다보니 벌써 4번째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이어달리기 그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
봄바람에 실린, 비장했던 연애의 끝을 떠올리는 것이.
그때마다 깨닫는다.
봄의 기운이 예전과는 달라져 있다는 걸.
젊은 날의 한 시절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후회한다.
그러나 되도록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그게 심신에 좋다.
몰랐던 건 당연하니까. 그때 알았으면 지금 왜 이러고 있겠나.



또 봄이 오겠지. 
아직도 한겨울인 줄 알고 두툼한 코트를 입고 나섰다가
순식간에 성큼 다가온 따스한 기운에 가슴이 설레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심신에 좋다.




[소년상회] 오매불망 '새벽 3시 파스타' 소소담담


건대 번화가를 조금 벗어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파스타집.
찾아가기도 힘들고 실내도 좁다. 테이블은 두 개 뿐이고 주방 앞에 너댓명 앉을 수 있는 바가 있다.
가만 보면 포장마차 같다. 쉐프와 손님이 지나치게 가깝다. 
그러나 그 구조야말로 내가 소년상회를 좋아하는 이유다. 


소년상회의 시작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에서 파스타를 팔며 소주와 맥주를 내놓아 한때 '파스타 파는 포장마차'로 명성을 떨쳤다.
이제는 단속 걱정, 비바람 걱정 없는 아늑한 보금자리를 찾게 됐지만 그 분주함은 여전하다.
허기를 달래주는 탱글탱글한 파스타도 여전하고, 
소년의 얼굴로 열혈청년의 에너지를 마구 내뿜는 쉐프도 여전하다. 


여기서 처음 맛 본 쏘리에(소주+페리에)는 '유레카!'를 외칠 정도로 입에 착 붙었다.
소주의 쓴 맛은 희석시켜주고, 칼로리는 하나도 보태지 않으면서, 이튿날의 불청객인 숙취도 몰아냈다. 

처음 간 날은 저녁 7시 쯤 도착해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간간히 쉐프와도 얘기를 나누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몸도 흔들었다.
결국 문 닫는 새벽 3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소년상회를 다시 찾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반 년만이었나. 메뉴는 바뀌었지만 가게는 그대로였다.
쉐프는 헤어스타일만 조금 바뀌었을 뿐 여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놀라운 건, 그가 나를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메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반 년 전의 나를 정확하게 기억해 냈다. 
내가 왔던 시기, 앉아있던 자리, 그날 나눴던 대화까지도 말이다.

아쉽게도 그날의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시간이 없어 파스타와 스튜를 급하게 먹고 나서야만 했다.
조만간 맛있는 와인을 들고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유난히 밤이 긴 날이면 꼭 생각난다. 
누군가 정성스레 차려 주는 밥 한 그릇 말이다. 
그 밥상에 곁들일 맥주 혹은 와인 한잔만 있으면 
인생이 아무리 고되어도 잠시나마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에게도 심야식당이 필요하다. 
울적한 기분과 출출한 속을 달래 줄 수 있는, 혼자라도 괜찮은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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