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의령에 가야 한다.
메밀국수라고는 막국수밖에 모르는 사람도 의령에 가야 한다.
경남 의령에는 '의령소바'라는 메밀국수가 있다.
의령소바로 명성을 떨치는 가게들은 의령상설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매월 3일, 8일 큰 장이 서는 날이다. 북적이는 게 싫다면 그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시식당, 화정식당, 제일소바 등 기본으로 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한다.
연식으로 치면 다시식당, 제일소바, 화정식당 순으로 오래 됐다.
어느 집이 원조라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다시식당이 내세우는 60년이라는 숫자는
의령소바의 유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귀 기울일 만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바라는 것은 일본 음식이다.
해방 직후인 1940년대 후반, 일본에서 소바를 맛 본 어느 할머니가
한국에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의령소바는 간장에 적셔 먹는 차가운 국수인 자루소바와 달리,
팔팔 끓는 육수에 담겨 나온다. 큼지막한 대접에 양도 넉넉하다.
맛도 일본식과는 다르다.
의령소바는 소고기와 멸치를 고아낸 육수에 다진 양념을 넣어 얼큰한 맛을 낸다.
호박, 배추, 시금치 등 각종 야채를 곁들인 후 짭짜름한 장조림을 올려 마무리한다.
잔치에서 흔히 먹는 잔치국수처럼 친숙하면서도 메밀의 구수함을 살리는 것이 의령소바 맛의 비법이다.

(다시식당의 온소바)
이날 나는 몹시도 춥고 배고팠다.
다시식당에서 온소바를 주문하고는
마지막 한 가닥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간절하기도 했거니와
애당초 메밀로 만든 음식은 무조건 좋아하는 탓이다.
고명으로 나오는 숙주나물, 시금치도 편애하는 채소다.
간혹 어르신들은 국물까지 비우시더만.
내 내공은 거기까지 미치진 못했다.
국물이 흥건한 면요리를 싹싹 비우는 일이 내게는 흔치 않다.
(칼국수, 라면, 우동... 한 그릇 다 먹지 못함. 파스타는 예외)
결론은, 난 참 맛있게 먹었다.
근데 이 집. 인터넷 상으로는 호불호가 갈리더라.
후추향이 너무 쎄서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극적인 경상도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이 국수가 맛없는 것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누구에게는 맛없는 이유가, 나에게는 맛있는 이유이니까.
나 경상도 토박이다.


(화정식당의 온소바)
엄마와 함께, 다시 한번 의령에 왔다.
의령소바를 꼭 한 번 맛보여 드리고 싶었기에.
그러나 화정식당의 온소바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마 다시식당의 온소바가 맛있었던 이유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곳의 온소바는 면발이 뻑뻑하고 국물은 삼삼했다.
고명으로 나온 호박과 배추 역시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화정식당에 엄지손가락을 세우지만
나는 다시식당의 자극적인 맛이 더 좋다.
(어쩌면 다시식당을 갔을 때만큼 춥고 배고프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입맛은 주관적인 거니까요 그쵸?

(화정식당의 비빔소바)
비빔소바를 먹던 엄마는
비빔소바 양념이 맵지 않아 좋다고 하신다.
분명 맵지는 않았지만, 맵지 않아 좋을 정도는 아니었다.
엄마와 나는
우리 집안에서 그나마 가장 덜 자극적으로 먹는 두 사람이다.
입맛은... 길들여지는거야 그쵸?




덧글
본래 의령소바는 일제때 신반사람인 故김수갑씨(남자)가 일본에서 들여와 한국인 입맛에 맞게끔 만들어 의령신반 5일장터에서 팔게되었는데 이를 사람들이 "의령소바"라고 불렀습니다.장사가 워낙 잘되어 여기서 일한사람들이 의령시장으로 가지고 나가 장사하게되었다고 합니다.그런데 진짜 원조집은 가업이 승계안되어 끊어졌고 지금은 의령시장통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원조라고 하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맛은 신반 원조집과는 많이 틀리죠.ㅎㅎ각자의 집안 입맛에 맞게끔 변질되었죠...그러나 신반 의령소바의 맛을 가지고 있는집을 알고 있습니다....